[인터뷰] ‘마돈크’ 샛별 이창엽의 따뜻한 도발
Forest Ent
DATE : 16-07-19 17:08   HIT : 5,093

대학로 히트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8월28일까지·유니플렉스2관)에는 두 캐릭터가 명암으로 무대를 양분한다. 젊은 천재 물리학자 V가 활기 넘치는 수다쟁이 캐릭터라면 영겁의 삶을 살아가는 드라큘라 백작은 치명적인 매력과 어두운 분위기로 방점을 찍는다. 시즌1부터 현재 4까지 드라큘라 백작 역에는 훤칠한 키에 수려한 마스크의 배우들만이 출연해 왔다. 185cm의 꽃미남 신인 이창엽(25)이 최연소 드라큘라 백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 저주받은 드라큘라 백작에 불어넣은 인간미

“지난해 관람했을 때 2인극이란 점, 두 캐릭터가 살아있는 느낌, 노래가 너무 좋았어요. 겨울에 공개 오디션 공고가 뜨자마자 지원했죠. 뮤지컬은 처음인데 좋은 선배님들이 즐비해 큰 힘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개막 후 지금까지 V역 김호영·허규 선배님과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데 많은 걸 조언해주세요. 드라큘라 백작 역 김재범 선배님의 캐릭터 접근법을 열심히 벤치마킹했고요.”

선배 배우들의 연륜과 연기를 따라잡을 순 없기에 “나다울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답은 “흡혈의 대명사가 아닌 인간적인 드라큘라 백작”이었다. 분석 과정에서 뱀파이어 관련 작품들 찾아보면서 “무시무시하게 보일 법한 행동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고민했다.

다음으로 전후반부의 콘트라스트에 집중했다. 앞부분에서 아우라를 강조하고, 뒷부분에선 확 무너지려고 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그가 얼마나 고뇌하고 자책했는지를 전해주고 싶었다. 그 결과 이창엽표 드라큘라는 신선도 지수 높으면서도 슬픈 눈빛으로 인해 연민을 자아낸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무대를 시종일관 지키는 V와 달리 백작은 중간중간 등장하거든요. V가 쌓아놓은 무대 위 에너지를 가지고 들어가는 게 중요한 롤이라고 판단했어요. 단순히 어떤 사건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흐름, 유기적인 관계를 만드는데 애를 썼어요.”



 
■ 공대생->아이돌 연습생->연극학도로 터닝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창엽은 고2때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권 소재 청소년 연극을 보고 심장이 뛰는 경험을 했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무대란 생각이 들었다.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어 수능이 끝난 뒤 서울 대학로 연희단거리패 워크숍에 참가했다. 당시 이윤택 연출은 “정말 연극하고 싶으면 나중에 다시 오라”고 소년을 돌려보냈다.

울산 소재 한 공대에 입학했으나 연기에 대한 열망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연극하면서 취업하고,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첫 번째 꿈이 됐다. 탄력을 받아 연극동아리 오디션을 봤는데 단칼에 떨어졌다.
“이후 한 학기 동안 TV와 영화에 빠져 지냈어요. 그리고 나선 서울 신림동 반지하방을 얻어 극단에서 연습하며 1주일에 두 차례씩 KTX를 타고 울산에 내려가 대학 강의를 들었어요. 2학년 1학기까지 마쳤는데 호텔 뷔페·호프집 서빙, 막노동, 미술모델 등 아르바이트를 3개씩 하느라 하루에 2~3시간씩 밖에 못 잤죠. 지금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친구들이 놀 시기에 꿈을 위해 달려갔기에 지금의 제가 있기에 그 시간이 고마워요.”

그 무렵 둥지를 틀게 된 소속사에선 아이돌 그룹 데뷔를 준비시켰다. 소속사 대표에서 “연기하러 서울에 왔으니 배우하고 싶다”고 하소연을 한 뒤 몰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준비를 해 당당히 합격했다.
 


■ 톱스타 김고은 박소담, 한예종 동갑내기 선배

동갑내기 김고은 박소담이 2년 선배다. 수업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라 흥이 절로 났다. 재학 시절 창작뮤지컬 독회 공연에 다수 참여했으나 체계적인 보컬 레슨을 받진 못했다. 한 작품에서 소화할 곡은 서너 곡에 불과했다. 하지만 ‘마돈크’에선 10곡을 열창해야 한다. 개막 2개월 전부터 보컬 레슨을 비롯해 헬스 트레이닝과 운동 등 체력관리에 돌입했다.

“노래 부르는 걸 워낙 좋아해서 평소 뚝섬 앞 한강변에서 친구들과 버스킹을 하곤 했어요. 자이언티, 이적, 고 김광석님의 노래를 주로 불렀죠. 자연스럽게 작곡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요. 그래서 ‘마돈크’ 넘버들은 신나서 소화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안무를 하면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특히 극중 높이 12cm의 하이힐을 신은 채 요염하게 동작하고 걷는 게 난코스다. 안무라 생각하지 않고 최대한 연기처럼, 쇼프로에 나오는 섹시한 여가수처럼 보이려고 노력 중이다.


 
■ 봉사활동 매진...“계속 피 뽑아대다가 뱀파이어 역 맡아”

고3 때부터 봉사활동을 지속했다. 헌혈을 기본이고 한예종 재학시절엔 캄보디아에서 1개월간 예술봉사활동을 펼쳤고, 지난해엔 청소년 인권단체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봉사활동은 누군가에게 퍼주는 은혜로운 행동이 아니라 자원활동이에요. 하면서 배우는 게 많으니까요. 제가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건 캄보디아에 다녀오고 나서부터예요. 코코넛을 따다가 팔이 불구가 된 학생이 있었는데 수술비 마련이 힘들었어요. 제가 유명한 배우가 된다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차인표 선배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래서고요.”

이창엽은 “많은 걸 나누는 과정에서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힘줘 말했다.


 
■ “감정적 소통 요구하는 로맨스물 열망”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박신혜 크리스탈의 소개팅남, ‘미스 맘마미아’의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대리, ‘연쇄 쇼핑가족’에선 시크릿 송지은의 남자친구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단편영화 ‘다정하게 바삭바삭’ ‘그 자리’ 등에 출연했다.

“남녀배우가 감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로맨스물을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은 ‘히스토리 보이즈’의 스마트한 데이킨, ‘쓰릴 미’의 유괴 납치살인범 나, ‘헤드윅’의 트랜스젠더 록 뮤지션 헤드윅에 관심이 많고요.”

연기할 때 분석을 가장 중요시한다. 스스로 준비가 탄탄하게 돼있으면 테크닉은 따라와 주기 때문이다. 평소 열심히 분석한 뒤 다수의 친구,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연기에 살을 붙여나가는 방식을 추구한다. ‘마돈크’에 대해서 그는 “두 남자의 끈끈한 관계, 동반자라는 단어로 작품을 들여다봤다”고 귀띔했다.